사랑으로 하나 되다/송영은 스콜라스트카

 과달루페 성지 순례  

 사랑으로 하나 되다 / 송영은 스콜라스티카

 

 과달루페 성모님:

 과달루페 성모님은 아메리카 대륙의 수호 성모님으로서 카톨릭 교회사에서 루르드와 파티마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발현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531년 12월 9일 성모님께서는 멕시코 원주민인 후안 디에고에게 나타나셔서 4번의 메시지를 주셨다. 과달루페는 지명이 아니라 뱀을 쳐부수다, 또는 뱀을 박멸하다 는 뜻을 갖고 있으며 성모님께서 직접 붙여 주신 것이다. 성모님께서는 돌뱀의 우상을 물리치시고 그곳을 당신의 지배 하에 두시고자 하셨던 것이다.  (투어 월드의 소책자,       < 과달루페로 가는 길> 중에서) 

 첫째 날

 22일 일요일 아침 짐을 싸들고 나와 미사에 참례하고  성당에서 로사자매님 댁으로 가 그날 저녁을 지내고, 월요일 아침 5시 50분 비행시간에 맞추느라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가니 먼저 도착하신 분들과 신부님께서 우리를 맞아주신다. 다들 조금씩 들떠있는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신부님께서 12사도라고 하시듯 신부님과 자매님으로는 로사, 리디아, 세실리아, 안나, 아녜스, 율리아나, 모니카 그리고 나 스콜라스티카와 토마스, 알벨또 형제님과 토니까지 12명이다. 오래  성당에 다녀도 그냥 지나다니며 인사만 하던 조금은 서먹한 교우들이다. 불편하진 않을까 살짝 걱정하면서  들뜬 분위기에 나도 함께 웃으며 비행기에 오른다. 티브이 프로 꽃보다 할배의 젊은 배우 이서진처럼 짐꾼이 되신 신부님께서 무거운 가방을 들어 올려주신다. 나랑 룸메이트가 된 아녜스,  또 세실리아 자매와 함께 앉아 휴스턴으로 향했다. 멕시코시티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휴스턴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휴스턴에서 같이 아침을 간단히 먹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미국의 개척시대를 상징하는 마차와 남부의 관광지 같은 멋진 벽화들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멀어져가는 휴스턴을 내려다보며 잠깐 졸다보니 높은 고원지대에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너머 멀리 높은 산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여행사에서 보내 준 성지에 관한 책자와 여행 스케쥴조차 읽지 않아 멕시코시티에 대한 사전지식이 캔쿤에 한 번 갔던 것과 위험하다는 것, 가끔 총소리가 난다는 것, 정도밖에 없었는데 활화산이 있나보다 하면서 약간 놀란다. 

 2시쯤 입국 신고를 하고 나오자 이번 우리 순례 가이드인 멕시코 교포 세실리아 자매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바로 우리는 15인승 버스에 올라 점심으로 준비된 김밥을 먹으며 성모님 발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멕시코 시티의 북쪽에 있는 첫번 째 방문지인 Nueva Basilica 대성전으로 향한다. 샬롯에서 입고 온 두꺼운 자켓을 벗어 버스에 두고 내리니 1970년대 영등포 시장통 같은 복잡한 도시의 성물가게 앞이다. 가이드는 이 장소가 앞으로 우리에게 화장실을 제공하는 요긴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방을 앞으로 메라고 일러준다. 여행 내내 듣는 말인데 우범지역이니 각자의 소지품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눈을 두리번거리며 가이드를 따라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두 대가 연결된 커다란  시내 버스들 앞으로 신호등이 빨간불이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행인들이 길을 건넌다. 신호가 바뀌고 길을 건너자 바로 대성전 입구이다.   

 이 성전은 과달루페 성모님이 발현하신 곳과 같은 광장에 1972년에서 1974년까지 2년에 걸쳐 지어진  현대식 성당이다. 오래된 지하도 입구 같은 성전 뒷편으로 들어서니 발현하신 모습의 성모님 성화가 모셔진 곳으로 연결된다. 성모님을 올려다보며 성호를 긋는 많은 순례자들을 따라 나도  컨베어벨트에 올라 성호를 긋고 성화를 올려다보며 바로 성전 입구 쪽으로 들어서니 너무나 부드럽고 우아한 선창자의 성가와 함께 파이프올겐 소리가 웅장하게 들린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관광사의 형제님이 나를 막아선다. 빨리 성가와 올겐 소리를 가까이 듣고 싶어 지금 이리로 들어가나요 하고 물으니 아무것도 묻지말고 따라만 다니라고 핀잔을 준다. 들뜬 마음에 갑짜기 찬물을 만난 기분이 된다. 미카엘 형제의 안내로 감실에 들어가 잠시 무릎을 꿇는다. 

 나는 약간 상한 기분으로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하며 눈을 감고 있는데 나는 너무 사랑이 없고 가슴이 메말랐다 라는 말이 스쳐 지나간다. 평소 사랑이라는 말을 잘 안 쓰는  내가  그래 맞어 그말에  시인하며 이 말이 내가 순례 시작부터 붙들고 가야하는 화두같은 말인가보다 생각하며 감실 밖으로 나온다. 다른 분들은 아직도 감실에 있기에 혼자 성당 내부로 들어가는데 오늘 미사에 도서를 맡으라는 미카엘 형제의 말을 들으면서 성당 안을 얼핏 둘러보니 기둥이  없는 넓은 홀에 조금 전에 본 마리아님 성화를 앞에 모신 높고 넓은 제대와 세계에서 두번 째로 크다는 파이프올겐의 웅장한 파이프들이 눈에 띈다. 180도 정도로 활짝 펼친 부채꼴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어디에서도 제대가 보인다. 그 크기에 감탄한다. 선창자의  노래와 올겐 소리는 미사가 벌써 끝났는지 들리지 않는다. 조금 아쉬웠지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올려다보니 천정이  장막이 늘어진  형태로 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대성전을 둘러보며 4시에 예약이 되어 있는 우리의 미사를 위해, 성전 가장자리에 대성전 제대를 바라보며 쭉 둘러서 순례자들이 미사를 할 수 있게 마련한 부쓰같은 공간으로 올라간다. 조금 기다리니 우리 신부님께서  제의를 입고 입당하신다. 우리가 감동으로 미사를 하는 동안 아래 본당에서 미사가 다시 시작되고 신부님들의 미사송과 음악이  백뮤직처럼 잔잔히 들려온다. 우리는 한없이 경건해진다. 주로 성가대에 봉사하느라 독서할 기회가 없었던 내가 이곳에서 독서를 하게 되다니…  평화의 인사를 하며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미사를 마치고 본당을 나와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리 교포가 운영하는 한국 식당으로 향한다. 허름한 중국집 같은 분위기의 식당에 들어가니 우리 일행을 위해 반찬들이 차려져 있다. 우리는 순례여행 첫날의 약간 들뜬 기분 속에 식사를 하고 5분 정도 걸어 숙소인 Brisas Galeria Plaza 호텔로 들어간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며 8시에 아래층에서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틀 연거퍼 못자면 안될 것 같아 샤워를 하고 나는 그냥 누워버린다. 아녜스자매님이 내일 미사시간에 부를 성가를 뽑아달라고 하는데 그냥 책에 있는 성가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부르자고 성의없게 대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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