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분들 이야기 제23편 김진숙(로사) 자매님 산티아고 가는길

사리아는 12세기 레온 왕국의 알폰소 9세가 발전시킨 도시이다. 이곳의 막달레나 (Magdalena)
수도원은 중세부터 순례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줌으로써 카미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 또한 사리아는 전구간이 아닌 단축 구간 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순례를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이곳부터 산티아고까지 최소 100km
걸으면 순례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

크레덴시알에 스탬프를 받기 위해 들린 안내소에는 크레덴시알을 새로 발급받으려는
순례자들로 북적거렸다
. 순서를 기다려 스탬프를 받고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 시냇물
가의 노천카페에서 양배추
, 감자, , 고기로 만든 칼도 가예고 (Caldo gallego) 라고 하는 갈리시아
지방의 수프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무엇을 잔뜩 썼는지 메모할 종이가 모자라 사리아 시내를 30분 정도돌아다니다겨우노트한
권을 구입했다
. 배낭 밑바닥에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는 메모한 종이의 부피도 배낭의 무게에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 친절한 사람들과 풍성한 느낌인 시내를 벗어나 비스듬한 언덕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교구 성당을 잠시 둘러보았다
. 카미노를 걷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100여 개의
돌계단을 올라가니 높은 위치에 카페와 알베르게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다
. 시에스타
시간이라 모두 문들이 닫혀 있었다
. 시에스타를 만날 때마다 느꼈지만 어쩌면 이렇게 법을
준수하는 것 같이 철저하게 시에스타 시간을 지킬까
. 그러나 태양이 작열하는 그늘 한 점 없는
벌판을 걷는 사람과 천고마비의 계절에 카미노를 걷는 사람의 시에스타를 보는 시각과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도시를 벗어나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오솔길을 지나니 산골 마을들은 양쪽으로 논과
밭 경작지를 따라 야트막한 돌담을 끝도 없이 쌓아 놓았다
. 스페인의 작은 만리장성을 보는 것
같았다
. 언덕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막기 위한 것 같다며 사리아 도시에서 만난 한국인이 설명해
주었다
. 인천에서 대학생 대자와 같이 이곳에 온 바오로님이었다.

오늘의 목적지 페레이오스 (Ferreios) 10km 남았다는 사인이 보였다. 잠시 후 산티아고가
100km 남았다는 표지석이 나타났다.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한 감동으로 새긴 이름들과 문구들이
가득 차 있었다
. 나도 감회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어느새 400km를 걸었다. 그동안 한 번도
사고나 천재지변을 생각 해 본 적도 없이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걸었다
.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끌어당기는 것 같은 카미노를
….

아침에는 산골 마을의 지붕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었는데 오후가 되면서 한 여름날씨로
바뀌었다
. 이 더운 날씨에 두꺼운 잠바를 입고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니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 생각하니 레온에서 산 이 검은잠바는밤이나낮이나자나깨나입고있는나의분신같은
옷이었다
.

그동안 가끔 나타나는 마을의 작은 바에 들려 요구르트나 생 오렌지 주스, 바나나 등으로
영양을 보충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간식이 떨어져 물로만 배를 채운 지금은 먹은 것이
별로 없어서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무력감이 밀려왔다
. 한발 한발이 무거워지고 체력이 바닥으로
내려갈 때쯤 목적지 페레이오스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하였다
. 카미노에서 열악하고 협소하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알베르게였다
. 그래도 지치고 힘든 몸을 눕힐 수가 있는 공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의정부에서 온 젊은 남자, 인천에서 온 바오로님과 대자, 바스크 지방에서 온 젊은 두 아가씨,
스위스 여자와 나,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하였다. ‘메뉴 델 디아세 코스중본요리인고기맛은
기름투성이에 질기고 맛이 없었는데 후식으로 나온 과일 케이크가 마지막 입맛을 깔끔하게
해주었다
. 식당 TV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창이었다. 순례길, 그것도 스페인 머나먼 북부
산골짜기에서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 또한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온 두 아가씨들이
환호하며 따라 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

오랜만에 맑은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바라보았다.
20121029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FERREIROS VENTAS DE NARON 23KM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내 옆 침대의 한 순례자가 비닐 봉지에 따로따로 정리한
물건들을 커다란 크기의 배낭에 넣다 뺏다 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물건들의 무게로
배낭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다
. 내가 생각하기에 여정이 2~3일 밖에안남은터라배낭의
부피가 많이 줄어들만 한데 아직도 무게가 만만치가 않은 것 같았다
.

많은 순례자들이 처음에는 등에 진 배낭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소지품들을 하나씩 버리다가,
나중에는 물건들에 대한 미련이 점점 줄어들어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서로 나누어 주고 나면
순례길의 후반에는 등에 딱 붙어 있는 배낭이 몸의 한 부분인 것처럼 적응을 하고 있었다
.

고요한 새벽 정적 속에서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몇 명의 순례자들이 기척을
내며 부스스 일어났다
. 나는 알베르게 밖으로 나와 싸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해
보았다
. 새 아침을 내 안으로 끌어 들이듯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 쉬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산 저 너머에 어느새 찼는지 거의 보름달만한 커다란 달이 아직 떠 있었다. 동트기 전에
달을 본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카미노에서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주는 새벽이었다
. 새벽 6시쯤
배낭을 꾸리던 그 순례자는 이제야 만족한 듯 배낭을 한 번 추스르고 아직도 어둑어둑한 길을
손전등으로 앞을 밝히며 떠나갔다
. 아침 8시쯤 한국에서 온 대부, 대자와 스위스인 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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